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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9-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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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노동'의 패러다임에 갇힌 대한민국, 반도체·AI 전쟁에서 살아남겠는가

[최상률의 일家양得]182 전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9-21 11:46 수정 2026-09-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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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글로벌 기술 전쟁의 최전선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다. 세계 시장의 혁신 엔진은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고 가동되고 있으며, 구글, 엔비디아, 오픈AI 같은 글로벌 테크 기업의 연구원들은 밤낮없이 몰입하며 패권을 다투고 있다. 그러나 이 엄중한 시기에 오직 대한민국만이 '52시간'이라는 낡고 획일적인 규제의 틀에 갇혀 발목이 잡혀 있다.

 

현대 기술 사회에서 노동의 개념은 근본적으로 변했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노동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육체적이고 고된 '생계형 노동'이었다면, 고도의 첨단 산업을 이끄는 핵심 인재들에게 노동은 자아를 실현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 무대다. 자신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혹은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R&D 인력의 몰입은 강요된 '착취'가 아니라 자발적인 '열정'이다. 이들의 손끝에서 국가의 미래 먹거리와 기술 패권이 결정된다.

 

그럼에도 우리 법 제도는 모든 노동을 70~80년대 공장제조라인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PC 셔터를 내리게 강제하고 있다. 이는 자아실현을 갈망하는 최고급 인재들의 열정을 꺾고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자해 행위와 다름없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제안한 메가특구 노동특례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정부는 첨단 거점 지역에 한해 노동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을 비치고 있으나, 노동 특례는 지역별 특구가 아닌 산업별 특례로 전면 전환되어야 마땅하다. 기술 혁신은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이 지역은 규제가 없으니, 규제를 피하고 싶으면 이사 가라"는 식의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은 기업과 인재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판교에 있든, 대전에 있든, 구미에 있든 반도체와 AI를 연구하는 전국의 모든 산업 생태계가 동일한 혜택을 받아야 속도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규제 완화의 기준은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산업의 특성과 국가적 시급성'이어야 한다.

 

글로벌 첨단 기술 경쟁은 단 몇 달, 몇 주의 차이로 성패가 갈리는 잔혹한 속도전이다. 미국은 이미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를 전면 예외로 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을 운영 중이며, 일본 역시 R&D 분야의 근로시간을 과감하게 유연화했다. 이들과 정면 대결을 벌여야 하는 우리 기업들에 양손을 묶은 채 링 위에 올라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는 노동법의 패러다임을 대전환해야 할 때다. 획일적인 근로시간 총량 규제를 과감히 깨부수고, 신산업 R&D 분야를 중심으로 근로시간 조절의 전권을 기업과 노동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노동자의 자아실현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유연화 조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낡은 규제의 장벽을 허물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첨단 산업은 세계 무대에서 영원히 도태될 것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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