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을 이유로 실제 일한 시간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이른바 ‘공짜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9월 15일부터 약 두 달간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기획감독에 나선다. 제조업, 정보통신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미지급과 근로시간 기록·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러나 환영만 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라는 최소한의 질서가 왜 여전히 ‘기획감독’이라는 특별행사의 대상이어야 하는가이다.
정부가 제시한 상반기 감독 결과는 이 질문을 더욱 무겁게 한다. 청년 다수 고용 사업장 101곳 중 34곳에서 포괄임금 오남용에 따른 수당 미지급이 적발됐다. 감독 대상 세 곳 중 한 곳꼴이다. 특정 기준으로 선정된 사업장의 결과를 전체 기업의 위반율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감독 대상에서 이 정도의 위반이 확인됐다는 사실은, 계약서에 적힌 임금과 실제 노동의 대가 사이에 상당한 균열이 있음을 보여준다. 하반기에도 적발 건수만 발표하고 끝낸다면, 감독은 위법을 줄이는 장치가 아니라 위법의 존재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절차에 머물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복잡하지 않다. 포괄임금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시간과 임금의 연결을 끊어버리는 데 있다. 고용노동부도 포괄임금을 근로기준법이 정한 제도가 아니라 판례에 의해 형성된 임금지급 계약 방식으로 설명하며, 그 인정에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계약서 한 줄이 노동법 위에 설 수는 없다. “월급에 다 들어 있다”는 말이 성립하려면 무엇이, 몇 시간분이, 얼마만큼 들어 있는지부터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포괄임금과 고정OT를 무조건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접근도 경계해야 한다. 고정OT 약정 자체를 곧바로 공짜노동으로 단정할 것이 아니라,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법정수당을 충족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올해 4월 지침 역시 고정OT 약정액이 실제 근로시간에 따른 법정수당보다 적으면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미리 정한 수당은 노동의 대가를 계산하는 방식일 뿐, 추가 노동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이 아니다. 감독의 기준은 계약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 노동과 지급액의 일치 여부여야 한다.
이번 감독의 승부처는 결국 근로시간 기록이다. 시간을 지우면 수당도 지워진다. 출퇴근 기록은 정시에 끝나는데 업무 지시와 결과물 제출은 밤늦게 이어지는 사업장이라면, 임금대장에 기재된 숫자만으로 준법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연장근로라는 이유만으로 수당 청구를 배척해서도 안 된다. 사용자가 실제로 지시하거나 알고도 수행하게 한 업무였는지, 주어진 업무량과 마감 기한 아래에서 정시 퇴근이 가능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따라서 감독은 서류의 형식적 정합성을 넘어 실제 업무가 이루어진 과정을 추적해야 한다. 필요한 범위에서 출입기록, 업무시스템 접속 이력, 전자우편과 메신저의 지시 내용, 업무 결과물을 교차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물론 회사에 머문 시간이나 컴퓨터가 켜져 있던 시간을 모두 근로시간으로 볼 수는 없다. 핵심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실제로 일했는지를 가려내는 것이다. 노동자에게는 분 단위의 입증을 요구하면서 사용자에게는 “자발적으로 남았다”는 설명만 허용한다면, 감독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심판이 된다.
익명신고 증가에 대한 정부의 해석도 냉정하게 따져볼 일이다. 올해 1∼8월 제보가 98건에서 260건으로 늘어난 데에는 홍보와 접근성 개선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러나 제보 증가가 곧 공짜노동 감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 숫자만으로 위반이 늘었다고 단정할 수도, 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신고 이후다. 몇 건이 감독으로 이어졌는지, 몇 명이 얼마를 돌려받았는지, 같은 사업장에서 위반이 반복됐는지를 밝혀야 한다. 정부가 내세워야 할 성과는 신고센터의 유입량이 아니라 피해 노동자의 권리 회복이다.
익명이라는 간판만으로 신고자의 안전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업무 내용과 피해 시기만으로 제보자가 추정될 수 있다. 감독 과정에서 특정인의 진술이나 피해 내역이 불필요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감독 이후 인사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신고를 기다리는 방식만으로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노동자를 보호하기 어렵다. 제보가 많은 업종에 감독을 집중하되, 제보가 없다는 이유로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지 않는 상시 점검체계가 필요하다.
제재의 실효성도 빼놓을 수 없다. 적발된 뒤 밀린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인식이 형성된다면, 법을 지키는 기업만 먼저 비용을 부담하는 역설이 생긴다. 체불임금의 신속한 지급은 출발점이지 면죄부가 아니다. 단순한 계산 착오와 고의적인 기록 누락, 반복적인 차액 미지급을 구별하고, 위반의 고의성과 반복성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시정 완료 이후에도 실제 정산이 지속되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감독의 억지력은 한 번의 적발보다 “다시 확인한다”는 예측 가능성에서 나온다.
기업의 비용 구조 역시 바뀌어야 한다. 고정된 수당으로 추가 노동을 계속 흡수할 수 있다면 인력 충원이나 업무 재설계의 필요성이 가려진다. 부족한 인력을 채용하는 대신 기존 노동자의 저녁과 주말로 메우는 경영을 정상적인 효율화라고 부를 수는 없다. 감독에서는 수당 지급 여부와 함께 근로시간 한도 준수 여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돈을 더 주었다는 이유로 장시간 노동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컨설팅과 HR 플랫폼 지원은 이러한 전환을 돕는 수단이어야 한다. 출퇴근 기록과 급여 정산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사업장에 실무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공짜노동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실제 기록을 수정하거나 초과근로 입력을 막는다면 전산화는 오히려 체불을 감추는 외관이 될 수 있다. 지원은 노동자의 기록 열람, 수정 이력 보존, 실제 시간에 따른 수당 정산으로 연결돼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이름 아래 기본급을 낮춰 수당 항목만 늘리는 방식으로 비용을 노동자에게 되돌려서도 안 된다.
더 근본적으로는 행정지침과 한시적 감독을 넘어 기록·보존·열람의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가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을 때 그 불이익이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입증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제도 개선도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감독 역량을 확보하고, 재위반 여부와 실제 지급 결과를 중심으로 정책을 평가해야 한다. ‘오남용 근절’이라는 표현이 약정의 이름만 바꾸면 된다는 신호로 읽혀서는 안 된다. 바뀌어야 할 것은 명칭이 아니라 계산과 지급의 관행이다.
공짜노동은 노동자의 시간에 가격을 매기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손실을 노동자 개인이 증명하고 감당하도록 할 때 지속된다. 이번 감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계약서에 무엇이 쓰였는지를 넘어, 그 계약서 뒤에서 누구의 시간이 사라졌는지를 찾아야 한다. 정부의 성적표는 감독한 사업장 수가 아니라 노동자에게 돌아간 임금, 정확해진 시간 기록, 줄어든 재위반으로 작성돼야 한다. 일한 만큼 받는 것은 장관의 약속이나 기업의 선의로 보장할 일이 아니다. 어느 사업장에서나 예외 없이 작동해야 할 노동의 기본 질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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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