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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노동감독관제’, 지금 멈춰 서서 다시 물어야 한다

[최상률의 일家양得]180 전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9-16 11:52 수정 2026-09-1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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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일 시행 앞둔 노동감독 지방위임, 취지는 옳으나 설계는 위험하다. 무늬만 분권이지, 속내는 책임 회피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일 서울 명동에서 첫 전국노동감독협의회를 열고 지방정부에 노동감독권을 넘기는 실행방안을 내놓았다. 128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이 시행되면 30명 미만 사업장의 임금체불·산업안전 감독은 시·도 소속 지방감독관 손으로 넘어간다.

 

노동부는 사전 협의와 2배수 후보 선정, 체크리스트 표준화, 3단계 수사 지원체계까지 촘촘한 절차를 제시하며 공정성과 전문성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절차가 촘촘하다고 해서 설계의 결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구제 장치인 근로감독을, 준비가 끝나지 않은 지방 행정에 서둘러 떠넘기는 이 실험은 재고돼야 한다.

 

1. 사각지대는 실재한다, 그러나 해법은 잘못됐다

30명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95%를 웃돈다. 노동부가 매년 단독으로 감독하는 사업장은 54,000, 전체의 2.6%에 그친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재해조사 대상 산업재해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는데, 그 증가를 이끈 것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었다. 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하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타당하다.

 

그런데 정부가 고른 해법은 중앙감독관 증원이 아니라 지방 위임이다. 한국의 노동감독관 정원은 이미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산업안전보건공단 인력 2,000여명과 안전보건 대행기관 종사자 수천명도 손대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사각지대를 메우는 가장 직접적인 길은 중앙 인력과 기존 인프라를 제대로 쓰는 것이다. 정부는 그보다 손쉬운 길, 곧 권한과 부담을 지방에 떠넘기는 길을 택했다.

 

셀프감독시대를 여는 지방노동감독관제 이름만 분권이다.

 

2. 순환보직 공무원에게 준 특별사법경찰권

지방감독관은 시·4~7급 공무원 가운데 8주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맡는다. 형사소송법 시험을 거치지 않고 선발된다는 점은 기존 노동감독관과 같지만, 이번엔 다른 조건 하나가 사라진다. 오는 102일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를 폐지하고 지도·조언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 신설 특별사법경찰이, 그것도 지방자치단체 인사권에 따라 수시로 자리를 옮기는 순환보직 공무원의 몸을 빌려 탄생한다.

 

민주노총은 감독 숙련도는 직무 안정성과 경험 축적에서 나오는데, 제정안은 순환보직에 따른 전문성 저하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박지순 교수도 형사처벌 사건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생하면 수사 전체가 흔들린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1992년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81호 협약은 근로감독을 중앙 당국의 감독·통제 아래 두도록 규정한다. 검사 지휘가 빠지고 노동감독 마저 지방에 흩어지는 지금의 설계는 이 협약의 취지와 정면으로 부딪힌다.

 

3. 지자체는 감독자인가, 사용자인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감독 대상 사업장과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는 기업 유치의 주체이자 인허가권자이며 지방세 징수자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기업 유치에 집중하는 지자체가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적극적으로 감독에 나설지 의문이라며 이른바 셀프 감독의 위험을 짚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지역 기업과 지방감독관의 유착 우려를 예방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독은 사업장 편의를 봐주고 싶은 유인이 가장 강한 곳에서, 그 유인을 통제할 장치 없이 이뤄지게 된다. 노동부가 내놓은 실행방안 어디에도 지자체장의 이해충돌을 걸러낼 제도적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4. 숫자가 말해주는 준비 부족

정부는 애초 17개 광역단체 전체에 지방감독관 300명을 선발해 3년간 1,800명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비판이 이어지자 서울·인천·제주·전북 4·100명으로 축소했다. 그런데 이번 실행방안에서는 다시 16개 시·도에 120명을 우선 배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몇 달 사이 대상 지역과 인원이 오르내리는 이 흔들림 자체가, 준비되지 않은 채 일정에 맞춰 밀어붙이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해 30명 미만 사업장 정기감독에서 범죄인지로 이어진 비율은 0.8%에 불과했다. 실제 수사 건수가 적다는 것이 곧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감독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가 적은 인력에게, 중대재해와 임금체불이 뒤섞인 현장 판단을 맡기는 구조라는 뜻이다.

 

5. 통제장치는 화려하지만 책임은 흩어진다

노동부는 사전-집행-사후 3단계로 지방정부를 통제하겠다고 한다. 시정명령, 직무이행명령, 위임 철회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장치들은 문제가 이미 벌어진 뒤에 작동하는 사후 수단일 뿐이다. 베테랑 중앙감독관 파견 규모는 60명 이내로 예정돼 있다. 16개 시·, 120명을 넘어 향후 1,800명 규모로 늘어날 지방감독관을 60명이 감당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제장치가 많다는 사실이 통제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문제가 터진 뒤 위임을 철회하고 중앙감독관이 사건을 넘겨받는 구조는, 이미 피해를 입은 노동자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사후처방일 뿐이다.

 

6. 지금 필요한 것

노동감독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목표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 방법이 반드시 지방 위임이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증명되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다.

 

첫째, 전면 시행에 앞서 서울·인천·제주 등 시범 지역의 성과와 부작용을 최소 1년 이상 검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둘째, 지방공무원법을 개정해 노동감독 전담 직렬을 신설하고 순환보직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

셋째, 검사 지휘 폐지에 따른 통제 공백을 메울 별도의 절차적 안전장치를 법제화하고, ILO 81호 협약 부합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검토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넷째, 지자체장의 기업 유치·인허가 업무와 노동감독 업무를 조직적으로 분리하고,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감독 품질 평가 체계를 둬야 한다.

다섯째, 무엇보다 중앙 노동감독관 증원과 안전보건공단 등 기존 인프라 활용을 최우선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

 

분권은 그 자체로 선이 아니다. 책임질 수 있는 곳에 권한을 줄 때만 분권은 정당성을 갖는다. 노동자의 임금과 안전은 행정 실험의 시험대가 될 수 없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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