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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용광로는 꺼지지 않았는데, 대화가 식었다

[최상률의 일家양得]179 전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9-15 10:51 수정 2026-09-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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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2차 파업 전야, 노동전문가가 던지는 세 가지 질문과 제언을 하고자 한다.

용광로는 1365, 하루도 꺼지지 않는다. 그것이 제철소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지금 포스코에서 정작 꺼진 것은 용광로가 아니라 대화였다.

 

지난 3일 본교섭이 결렬된 뒤 노사는 12일 동안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사이 조합원 120명이 이틀간 라인을 세웠고, 창사 58년 만에 '무분규'라는 세 글자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제 노조는 16일 오전 7, 다섯 배 길고 다섯 배 위험한 두 번째 카드를 꺼내 들려 한다.

숫자만 보면 이번 갈등은 흔한 임금 협상처럼 보인다. 기본급 7.1%2.0%, 요구 재원 14000억원과 상반기 영업이익 43% 감소. 그러나 협상 테이블의 진짜 균열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에서 시작됐다.

 

노조가 반복해서 꺼내는 질문은 이것이다. "회사가 어렵다면서, 지주회사에는 왜 매년 1조원 가까운 돈이 흘러가는가."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해 포스코홀딩스에 배당금 8000억원대, 브랜드 사용료 800~968억원, 임대료 450~490억원을 지급했다. 이 돈의 성격을 어떻게 해석하든, 회사가 '실적 악화'라는 한 문장만 반복하는 한 이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는 어려움은 협상의 근거가 아니라 불신의 씨앗이 될 뿐이다.

 

첫 번째로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회사는 왜 '어렵다'는 말만 하고 '얼마나, ' 어려운지는 설명하지 않는가이다. 상반기 영업이익 감소치를 공표하는 것과, 지주회사 비용 구조까지 포함한 통합 재무 정보를 노사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신뢰다. 후자를 하지 않는 한 아무리 정교한 제시안을 내놓아도 노조는 "숨겨진 곳간이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어려움은 숨긴다고 줄지 않는다. 증명해야 줄어든다.

 

두 번째 질문은 노조를 향한다. 참여 라인과 인원을 비공개에 부친 이번 2차 파업 전술은, 협상력을 지키려는 계산으로는 합리적이다. 그러나 열연 공정처럼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라인을 겨냥한 순간, 이것은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실력행사'로 성격이 바뀐다. 정당한 요구와 정당화하기 어려운 방법 사이의 경계를 노조 스스로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가. 14,000억원이라는 단일 총액을 고수하는 대신, 우선순위를 조정한 단계적 이행안을 제시하는 편이 오히려 '이겨서 얻는 결과'가 아니라 '얻어서 이기는 결과'에 가까워지는 길이다.

 

세 번째 질문은 이 갈등을 지켜보는 우리 모두를 향한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은 지난달 이미 '조정 중지'로 문을 닫았다. 그러나 공식 조정이 끝났다고 중재의 여지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포항과 광양 지역사회가 벌써 "파업 장기화만은 막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지금, 지자체와 공익위원이 주도하는 비공식 대화 채널을 상설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12일간의 침묵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당장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안전장치다.

 

15일 오후 재개된 교섭에서 노사가 완벽한 합의안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완벽한 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접점이 보이는 항목부터 먼저 매듭짓고, 나머지는 계속 이야기하겠다는 최소한의 신호다. 근속기념축하금, 복지포인트처럼 이미 간극이 좁혀진 항목을 우선 타결하고 2차 파업을 유예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벼랑 끝 대치는 대화의 국면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58년 만에 깨진 것이 '무분규 기록'이라면, 지금 지켜야 할 것은 '더 큰 파국을 막을 마지막 대화의 창'이다. 열연 라인까지 파업 명단에 오른 지금, 이 창이 닫히면 그 다음은 협상이 아니라 손실의 언어로 이 갈등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포스코가 오늘 꺼야 할 것은 조업이 아니라, 침묵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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