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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9-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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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리 없는 일자리는 없다

[최상률의 일家양得]173 전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9-03 16:25 수정 2026-09-0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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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만 명 줄어, 202412월 이후 17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제조업 취업자는 14만 명이나 줄어 20192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고, 청년층(15~29) 취업자는 255,000명 급감해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11월 이후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다음 달인 6월에도 흐름은 이어져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는 각각 24개월, 25개월 연속으로 줄었고, 청년 고용률은 43.9%1.7%포인트 떨어지며 25개월째 내리막을 걸었다.

 

정부가 청년 뉴딜, 창업국가 선언, AI 인재 양성 같은 화려한 이름의 일자리 대책을 잇달아 내놓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 역설을 이해하는 열쇠는 단순하다. 일자리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기업이 벌일 사업, '일거리'가 있어야 그 부산물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수주가 있어야 공장이 돌고, 투자가 있어야 채용 공고가 뜬다. 정부가 아무리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목청을 높여도, 기업의 곳간에 일거리가 없으면 일자리는 태어날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 역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이 인과관계를 거꾸로 세워놓고 출발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런 발상이 처음 등장한 것도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2005'고용 없는 성장'과 산업구조 급변에 대응한다며 대통령 자문기구로 '사람입국·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민 삶의 질과 기업·국가 경쟁력을 함께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위원회라는 기구 하나로 실제 기업의 사업 기회가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로부터 12년 뒤 문재인 정부는 이 발상을 한층 극적으로 재연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고, 열흘 뒤인 524일에는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언론 앞에서 시연까지 했다. 고용률·실업률·청년실업·비정규직 비중 등 18개 지표를 실시간으로 띄워놓고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되는 경제정책"을 약속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상황판에 지표를 띄운다고 기업의 일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상황판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결과 통계일 뿐, 그 통계를 움직이는 진짜 변수 즉, 기업의 투자 의욕과 사업 기회이다. 이것은 결국 상황판 밖에 있었다. 실제로 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워 최저임금을 201816.4%, 201910.9% 올렸다. 2년 사이 30% 가까이 오른 셈이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그것이 다시 일자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20181651,000명에서 20191538,000(-6.9%)으로, 2020년에는 다시 1372,000(-10.8%)으로 잇달아 줄었다.

 

상황판의 지표는 정책의 성과가 아니라 정책 실패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도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임기 도중에는 "상황판이 사실은 방치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고, 대통령령이 정한 존속 기한 5년을 다 채운 일자리위원회는 20225월 조용히 문을 닫아 지금은 이름조차 낯설다.

 

위원회 하나, 상황판 하나 세운다고 없던 일거리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정부는 임기 내내 증명해 보인 셈이다. 문제는 지금도 같은 논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함께 "통합과 성장의 혁신적 일자리정책"을 국정과제로 내걸었고, 미취업 청년 데이터베이스를 34세까지 확대하고 전국 10개 권역에 '일자리 첫걸음 보장센터'를 신설하며 AI 역량강화 교육을 15만 명 규모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대통령이 직접 "청년 고용이 여전히 어렵다""대한민국을 창업 중심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상황판 정치보다 한층 정교해 보인다.

그러나 정작 기업의 일거리를 좌우하는 노동 규제 쪽을 보면 방향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20258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20261320(2.9% 인상)에 이어, 지난 7월 결정된 2027년 적용분이 1700(3.7% 인상)으로 오르며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기업이 기술개발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본업이 아니라 노무분쟁과 소송 대응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민간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 오를 때마다 종업원 1~4인 사업장의 폐업률은 0.77%포인트씩 높아진다.

 

더 창업 친화적이어야 할 정부일수록 오히려 소상공인·자영업자 규제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은 자기모순의 정점을 보여준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근로자 추정제'는 근로계약 여부와 무관하게 노무를 제공한 사실만 확인되면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이를 반증하도록 입증 책임을 뒤집는 내용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추산으로는 특수고용·프리랜서 1명당 사용자 부담이 연간 약 505만 원 늘어나며, 대상 규모가 870만 명에 이르는 만큼 전체 부담은 최대 44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방안 역시 사업장 한 곳당 연간 최대 351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전국 539만 개 영세 사업장 전체로는 연간 19조 원 안팎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두 법안 모두 노동절 처리를 목표로 추진 됐지만, 소상공인 업계의 거센 반발과 지방선거 정치 일정에 밀려 여러 차례 처리가 미뤄졌다.

청년 창업을 독려하겠다면서, 그 청년들이 실제로 차릴 가게와 사업장에는 이런 식으로 비용 부담을 쌓아 올리는 것이 지금 정부의 실제 모습이다.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방안도 같은 궤도 위에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세대 간 공존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세대 상생형' 정년 연장을 하반기 입법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203365세로 늦춰지는 데 따른 소득 공백을 메우자는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정년 연장으로 고령 근로자 고용이 1명 늘 때 청년층(15~29) 고용은 평균 0.2명 줄어들고, 임금 연공성이 강한 사업장에서는 그 감소 폭이 최대 2명에 이른다.

 

여당이 발의한 법안 다수는 정작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 개편 의무를 빼놓은 채 정년만 일괄 연장하는 내용이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키우고 청년 채용 여력은 그만큼 줄이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크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년을 65세로 늘릴 경우 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연간 30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고령층의 소득 공백을 메우는 일과 청년층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일은 원래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인데,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어려운 숙제는 미룬 채 정년만 연장하면 세대 간 일자리를 맞바꾸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플랫폼·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소득 기반 고용보험' 개편 구상도 같은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노무제공자를 보호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옳다. 그러나 보호를 확대할수록 사용자에게 돌아가는 사회보험료와 행정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는 사실을 외면하면, 결과는 신규 채용 축소나 위탁·용역 구조로의 회피로 이어지기 쉽다.

 

보호라는 목적에만 몰두하고 그 제도를 실제로 감당할 기업의 지불여력과 일거리를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법이 보호하겠다는 대상은 늘어나는데 정작 지켜야 할 일자리 자체는 줄어드는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비판이 경영계만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노동계 내부의 자체 평가조차 곱지만은 않다. 한국노총은 이재명 정부 출범 1년을 두고 "노동존중 기조와 사회적 대화는 복원했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보호, 정년 연장 등 구조적 개혁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같은 시기 정부 노동정책에 "70"이라는 박한 점수를 매기며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가 크지 않다"고 평했다.

노동을 대변하는 조직들조차 정부가 규제와 위원회, 대책반은 늘렸지만 정작 노동시장의 구조와 일거리의 총량을 바꾸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돈을 덜 쓴 것도 아니다. 2026년 고용노동부 예산은 역대 최대인 376,761억원으로 전년보다 6.6% 늘었다.

그런데도 같은 해 1,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2784,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청년층(15~29) '쉬었음' 인구만도 469,000명으로 5년 만에 가장 많아져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0년 수준을 웃돌았다.

 

예산을 역대 최대로 늘리고 청년 전담 대책반까지 꾸려도, 정작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즉 기업이 벌이는 일거리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 결과는 통계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는 와중에도 제조업 취업자는 2013년 산업 통계 개편 이후 최장 기간 연속 감소를 이어갔고, 청년층 제조업 취업자는 최근 10년 사이 209,000명 증발했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더 이상 비유가 아니라 통계 발표 그 자체가 되어버린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조차 지난 3"노동자들이 기업이 원하는 고용유연성을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소재를 정확히 짚은 발언이지만, 정작 국회와 정부 각 부처에서 쏟아지는 입법은 그 반대편으로 달려가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자기모순이 없다.

 

참고할 만한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흔히 '유연안정성(flexicurity)'으로 불리는 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 등의 모델은 기업의 채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유연한 노동시장, 실직 기간 소득의 70~90%를 보장하는 관대한 실업급여, 그리고 재취업을 돕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라는 세 축을 결합한다.

 

기업이 부담 없이 사람을 뽑고 내보낼 수 있어야 일거리가 새로 생겨날 때마다 채용으로 이어지고, 그 대신 실직한 근로자는 두터운 사회안전망과 재훈련으로 다음 일자리를 찾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노동자 보호를 고용 경직성이 아니라 사회보장과 재훈련으로 구현하는 이 방식은, 규제를 겹겹이 쌓아 기업의 채용 유인 자체를 위축시키는 지금의 접근과는 정반대에 서 있다. 물론 이 모델을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보호는 규제로, 안정은 위원회로'라는 익숙한 공식에서 벗어나 '보호는 사회안전망으로, 유연성은 노동시장으로'라는 방향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일자리 정책의 본질은 위원회 몇 개를 만들고 상황판에 지표 몇 개를 띄우느냐, 혹은 몇 개의 청년센터와 교육과정을 신설하느냐에 있지 않다. 일자리는 정책의 목표는 될 수 있어도 정책의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진짜 수단은 기업이 국내에서 사업을 벌이고 사람을 뽑을 이유, 즉 일거리를 만드는 환경이다. 구체적으로는 노동 관련 입법을 추진할 때마다 그 법이 실제 사업 현장의 채용 여력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하는 '고용영향평가'를 법안 심의 단계에서부터 의무화하고,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때는 일정 기간 뒤 효과를 재점검해 존속 여부를 다시 판단하는 일몰 조항을 원칙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처럼 부담 능력이 취약한 영역일수록 규제의 속도를 조절하고 재정 지원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노동자도, 그 노동자를 고용할 일거리를 만드는 사업주도 함께 살리는 길이다. 노동자 보호를 강화하는 법을 만들 때마다 그 법의 비용을 실제로 감당해야 할 영세 사업주와 신생 기업의 처지를 함께 계산에 넣는 것, 규제를 신설하기 전에 그것이 기업의 사업 기회와 투자 유인을 얼마나 갉아먹는지부터 따져 묻는 습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풀어 기업이 채용을 주저하지 않게 하는 결단, 청년들이 뛰어들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열어주는 규제 혁신, 바로 이런 것들이 먼저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위원회와 상황판의 이름과 색깔만 바뀔 뿐, 청년들은 계속 통계청 '쉬었음' 항목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일거리 없는 일자리 정책은, 결국 없는 정책과 같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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