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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폭발화재가 남긴 재해원인과 재발방지 과제

[최상률의 일家양得]172 전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8-31 02:14 수정 2026-08-3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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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지난 828일 오전 1144, 충남 천안시 동남구 성남면 대원산업() 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급식실에서 일하던 70대 여성 노동자가 잔해에 깔려 숨졌고, 뒤이어 실종 신고됐던 필리핀 국적 노동자 2명이 각각 건물 6층과 8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필리핀 국적의 30대 노동자 1명은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 1명도 낙하물에 손목을 다쳤다. 사망 3, 부상 2, 모두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한 사람의 노동법 실무자로서 이 사고를 지켜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왜 또"였다. 이 공장에서는 202212월 기름보일러 화재, 2024년 기름탱크 화재, 지난해 배관 화재에 이어 이번까지, 최근 4년 사이 네 차례나 불이 났다. 인화성 물질을 다루는 공장에서 화재가 잦았다는 사실은, 이번 참사가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아니라 이미 반복적으로 보내진 경고 신호를 놓친 결과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만 충청권에서는 대전 자동차부품 공장(안전공업) 화재로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고,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는 폭발로 5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산업재해가 개별 사업장의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관리 실패의 연쇄로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언론과 당국 발표를 통해 확인된 사실에 근거해 이번 사고의 재해원인을 노동법·산업안전 실무 관점에서 짚고, 무엇보다 재발방지를 위해 사업장과 정부가 취해야 할 대책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다만 최종 화재 원인은 831일 예정된 경찰·소방·고용노동부 합동감식 이후 확정될 예정이므로, 이 글의 원인 분석은 현재까지 확인된 정황에 기반한 잠정적 평가임을 밝혀둔다.

 

1. 무엇이 확인됐나

화재는 동물성 기름(우지)을 추출·정제해 지방산을 만드는 지상 9층 규모의 '우지정제타워'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원산업이 생산하는 지방산은 타이어, 페인트, 잉크, 화장품, 바이오디젤 등 다양한 산업의 원료로 쓰이며, 원료 자체가 인화성이 높은 유지류라는 점이 이번 사고의 위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사고 직전 상황이다. 경찰과 노동당국이 확보한 참고인 진술에 따르면, 사고 당시 이미 생산 작업이 중단돼 대다수 직원은 건물 밖으로 대피한 상태였다. 그런데 일부 직원은 현장에 남아 생산공정의 밸브를 점검하고 있었고, 그 직후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건물 5층에서 불꽃이 보였다는 목격자 진술도 있었지만, 정제타워가 길쭉한 구조인 탓에 이 진술만으로 정확한 발화 지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2. 재해원인 분석

1) '대피는 시켰지만 위험작업은 남겨둔' 절차의 공백

이번 사고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위험을 인지하고 작업을 중단시키는 초기 대응까지는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작 왜 작업을 멈췄는지, 그 상황에서 밸브 점검이라는 후속 작업이 왜 필요했는지, 그 작업을 남은 인원이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 실무에서는 위험작업에 들어가기 전 위험성을 평가하고 필요한 보호조치를 확인한 뒤에만 작업을 허가하는 '위험작업 허가제도'(Permit to Work), 설비를 완전히 정지·차단한 상태에서만 접근을 허용하는 잠금·표지(LOTO, Lock-Out Tag-Out) 절차가 핵심 안전장치로 통용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는 사업주에게 폭발성·발화성·인화성 물질 등에 의한 위험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36조는 사업주가 설비·원재료·작업행동 등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스스로 찾아내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대원산업에 밸브 점검이라는 후속 위험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나 작업허가 절차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했거나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면, 이는 제36·38조 위반 소지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점이다. 노동당국도 밸브 점검 작업 중 필요한 안전조치가 이뤄졌는지, 작업자에게 사전에 위험요인이 통제됐는지를 조사 항목으로 명시하고 있다.

 

2) '네 번째 화재'가 말해주는 반복적·구조적 위험 관리 실패

한 사업장에서 4년 동안 네 차례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기름보일러, 기름탱크, 배관에서 순차적으로 불이 났다는 것은 설비 노후화, 정비·점검 주기, 인화성 물질 취급 공정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위험 요인이 누적돼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개별 화재가 인명피해 없이 수습됐다고 해서 '작은 사고'로 지나쳤다면, 그 자체가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경로다. 하인리히 법칙이 강조하듯 대형 재해 이전에는 다수의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선행하는 경우가 많고, 이번 사고는 그 경고를 놓친 결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아직 과거 화재와 이번 사고의 직접적 연관성은 공식 확인되지 않았지만, 반복된 화재 이력 자체가 사업장의 위험성평가 체계와 재발방지 대책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3) 다층 건물의 대피 동선과 소방 대응의 한계

사망자 2명이 각각 6층과 8층 계단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은 9층 규모 정제타워 내부에서 대피가 원활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다층 공장 건물은 화재 시 유독가스와 연기가 계단실을 통해 빠르게 확산될 위험이 크고, 실제로 천안시는 사고 발생 약 30분 만에 인근 주민에게 유독가스 확산에 따른 대피·우회 안내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소방대 역시 강한 화염 때문에 건물 내부 진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층 화학공장의 경우 층별 방화문·배연 설비의 정상 작동 여부, 비상계단의 접근성, 대피훈련의 실효성이 인명피해 규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는 점을 이번 사고가 다시 확인시켜준다.

 

4) 외국인 노동자 안전관리의 사각지대

사망자 3명 중 2, 부상자 1명까지 총 3명이 필리핀 국적 노동자였다. 위험 공정에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 배치된 사업장에서는 안전보건교육이 실제로 이해 가능한 언어와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비상 상황에서 대피 방송·표지판·훈련이 다국어로 뒷받침됐는지가 생존을 가르는 요소가 된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 고시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모국어 또는 이해 가능한 언어로 안전보건교육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형식적 서명이나 통역 없는 교육으로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번 사고 역시 외국인 노동자가 위험 공정과 위험 시간대에 더 많이 노출돼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향후 조사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다.

 

3. 법적 책임의 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는 본부에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 천안지청에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했고,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과 천안지청장, 노동감독관 등이 현장에 출동해 작업중지 조치를 내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천안지청에 15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즉각 구성하도록 지시했고, 이 팀은 사고 경위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감독·수사에 착수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831일 발화 지점, 폭발·연소 과정, 공정설비·전기적·기계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 결과와 참고인 조사를 토대로 관계자 입건 여부와 범위를 검토할 방침이다.

 

사망자가 발생한 이상, 이 사건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는 물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함께 검토될 사안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830일 기준 보도에는 아직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지만, 반복된 화재 이력과 밸브 점검 중 발생한 폭발이라는 정황을 고려하면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이행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지난 6월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에서도 경찰은 사고 한 달여 뒤 안전관리 지휘라인에 있는 임직원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형사책임의 무게중심이 현장 작업자에서 관리·경영 책임자로 이동하는 흐름은 이번 사건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4. 재발방지를 위한 제언

원인 규명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같은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가다. 노동과 산업안전 실무자 입장에서 이번 사고가 남긴 교훈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반복 화재·사고 사업장에 대한 상시 위험관리 감독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최근 4년간 네 차례 화재가 난 사업장이라면, 단순한 정기 점검을 넘어 고용노동부와 소방당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고위험·반복사고 사업장' 명단에 올려 위험성평가서를 정기적으로 재검토하고 이행 여부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특별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화재가 반복됐다는 사실 자체를 위험성평가의 입력값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위험작업 허가제도와 잠금·표지(LOTO) 절차를 인화성 물질 취급 공정에 의무화하고 실효성을 점검해야 한다. 작업을 중단시켰음에도 후속 점검 작업이 위험 상태에서 이뤄졌다면, 이는 절차가 없었거나 있어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밸브 점검, 배관 정비 등 고위험 후속 작업에 대해서는 작업허가서 발급, 21조 원칙, 원격 또는 격리된 위치에서의 점검 가능성 검토 등 구체적 안전조치를 표준작업절차(SOP)에 명문화하고, 현장 관리자가 이를 확인·서명하는 체계로 운영해야 한다.

 

셋째, 다층 화학공장에 대한 피난안전 설계와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9층 규모 정제타워처럼 화학물질을 다루는 고층 생산시설에는 층별 방화구획, 배연설비, 비상계단 접근성에 대한 정기 점검과 함께, 실제 화재 상황을 가정한 대피훈련을 노동자 전원이 정기적으로 받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인화성 물질 취급 공정이 몰려 있는 상층부의 경우, 대피로가 단일 경로에 의존하지 않도록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중 대피로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다국어 안전보건교육과 비상대응 체계를 실질화해야 한다. 서명만 받는 형식적 교육이 아니라, 통역이나 모국어 교육자료를 통해 실제로 위험 요인과 비상 대응 방법을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비상방송, 대피 표지판, 소화·차단 장치의 사용법 안내도 다국어로 병행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높은 화학·제조업 사업장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공동으로 다국어 안전교육 콘텐츠와 통역 지원 인력을 제공하는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서류가 아닌 실행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췄다는 서류가 있더라도, 반복된 화재 이력에 대한 원인 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이 실제로 예산과 인력을 동반해 집행됐는지가 핵심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화재·폭발 이력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경영책임자가 매년 안전보건 목표와 예산, 이행 실적을 이사회 또는 이에 준하는 기구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부 거버넌스를 갖추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급식·용역 등 간접고용·도급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 공백을 점검해야 한다. 사망자 중 한 명은 공장 급식실 근무자였다. 급식·청소·경비 등 부수 업무가 별도 용역이나 도급으로 운영되는 사업장에서는, 본작업 구역과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지 않은 한 이들 노동자도 화재·폭발의 직접적 위험에 노출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자신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안전·보건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원도 이 의무가 원칙적으로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38)와 같은 수준으로 적용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급식실처럼 위험 공정과 인접한 부수 업무 공간에 대해서도 대피 동선, 경보 전달, 화재 감지 설비가 동일한 수준으로 갖춰져 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일곱째, 지역 단위의 산업재해 통합 대응체계를 상시화해야 한다. 올해 충청권에서는 대전 자동차부품공장 화재(14명 사망)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5명 사망)에 이어 이번 대원산업 사고까지, 짧은 기간에 대형 인명피해 산업재해가 연이어 발생했다. 개별 사고 대응을 넘어, 지방고용노동청·소방본부·경찰·지자체가 상시적으로 위험사업장 정보를 공유하고 합동점검을 정례화하는 지역 단위 산업안전 협의체 구성이 시급하다.

 

나가며

사망자 수도, 폭발 여부도, 최종 원인도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공장에서 불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위험을 인지해 작업을 중단시킨 순간까지는 있었지만, 그 이후의 위험한 후속 작업을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개인의 부주의로 축소할 문제가 아니라, 반복된 경고를 제도적으로 흡수하지 못한 안전관리 체계의 실패로 읽어야 한다.

 

노동법과 인사노무 실무를 다루는 입장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 강화만으로는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처벌은 사고 이후의 책임을 묻는 수단일 뿐, 사고를 막는 것은 현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절차와 훈련, 그리고 경영진의 실질적 관심이다. 대원산업의 네 번째 화재가 다섯 번째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번 합동감식과 수사의 진짜 목표가 되어야 한다.

 

현장에서 화재를 수습하고 계신 소방·경찰·노동당국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세상을 떠난 세 분의 노동자와 부상당한 분들, 그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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