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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퇴사에도 실업급여, 그런데 왜 청년만인가

[최상률의 일家양得]165 전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8-19 14:36 수정 2026-08-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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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생애 1회 구직급여'가 던진 세대 형평성의 물음이다.

지난 84일 청와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노동 현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자발적 퇴사자에 대한 구직급여 지급 방안이었다. 35세 미만 청년이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뒤 스스로 이직해도, 생애 딱 한 번은 구직급여, 즉 실업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을 연내 개정하겠다는 내용이다. 지급 수준은 이직 전 임금의 60%, 월 최대 100만 원 선에서 검토되고 있고, 기존 실업급여의 최대 지급 기간인 270일보다는 짧게 운영할 방침이라고 한다.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온라인에서는 시럽급여라는 표현이 다시 소환됐다. 실업급여가 일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달콤한 시럽 같다며 비꼬던 이 말은 2023년 실업급여 개편 논쟁 때 전국적으로 회자된 바 있었다. 3년 만에 다시 등장한 이 신조어는, 이번 정책이 건드리고 있는 지점이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실업급여의 근본 원리 그 자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오랜 기간 노동 현장에서 구직급여 제도를 다뤄온 노무사로서, 청년고용 위기에 대응하려는 정부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첫 직장에서의 정보 비대칭과 미스매치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하자는 발상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에 있다. 이번 정책은 뜯어볼수록 재정 건전성 문제를 넘어, 세대 형평성이라는 또 다른 숙제를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1. 실업급여의 원칙과 이번 정책의 궤도

구직급여, 흔히 실업급여라 불리는 이 제도는 해고나 권고사직처럼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설계됐다. 고용보험법은 이 제도를 사회보험의 틀 안에서 운영하면서, 원칙적으로 자발적 이직자를 수급 대상에서 배제해왔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편의가 아니라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스스로 그만둔 사람에게까지 급여를 지급하면, 실업급여가 소득 보장이 아니라 퇴사를 부추기는 유인으로 작동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노동부가 내놓은 방안은 바로 이 원칙에 예외를 만드는 것이다. 노동부는 올해 3~4분기 중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회 통과를 지원한 뒤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일정을 그리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급여 수준과 최소 근속기간, 지원 기간은 아직 예산 협의가 진행 중이며, 기존 비자발적 이직자에게 지급하는 구직급여와 동일한 수준으로 설계하지는 않겠다는 게 노동부의 입장이다.

 

원칙에 대한 예외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 예외가 왜 ‘35세 미만이라는 나이 기준으로만 설계됐는가 하는 점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이 지점이 세대 형평성 논란의 출발점이 된다.

 

2. 재도전이냐, 조기 이직 조장이냐

찬성론의 핵심은 미스매치 해소다. 첫 취업 단계에서는 임금이나 직무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막상 들어가 보니 기대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그만두면 당장 소득이 끊기기 때문에 맞지 않는 일자리에도 억지로 버티는 청년이 많다는 것이다. 생애 한 번, 적합한 일자리로 옮겨갈 시간을 국가가 보장해 주면 경력 재설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이고, 전문가들도 첫 직장 미스매치 완화라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반면 우려하는 쪽이 근거로 드는 것은 근속기간 통계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35세 미만 자진 퇴사자의 66.5%, 97,437명이 근속 1년 미만이었고, 20~24세로 좁히면 이 비율이 80.1%까지 치솟는다. 3명 중 2명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는 상황에서 퇴사의 경제적 부담까지 낮춰주면, 조기 이직을 더 앞당기고 실업급여가 퇴사 후 당연히 받는 수당처럼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재정 문제가 더해진다. 고용노동부의 2025회계연도 고용보험기금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기금은 5,920억 원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고, 정부 차입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796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174,833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여기에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구직급여 수급자 1722천 명 중 최근 5년 이내 2회 이상 수급한 반복 수급자가 496천 명, 전체의 28.8%에 달했다. 구직급여 수급자 10명 중 3명이 반복 수급자라는 뜻인데, 이 비중은 202125.1%에서 3.7%포인트나 올랐다. 자발적 퇴사자에게까지 문을 열어주는 것이 기금 건전성에 미칠 파급력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결국 관건은 지급 요건과 최소 근속기간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다. 그런데 지금까지 공개된 방안을 보면, 이 정교함은 나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에만 쏠려 있다. 근속기간이나 이직 이력 같은 행태적 기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3. 세대 형평성 문제, 왜 유독 청년인가.

이번 논란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축은 세대 형평성이다. 이번 대통령 업무보고 자체가 그 축소판이다. 자발적 퇴사 구직급여 신설뿐 아니라, 첫 취업에 도전하는 청년을 위한 별도의 취업지원제도(청년첫취업지원제)를 신설하고, 구직촉진수당도 월 60만 원에서 65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현금성 지원이 청년층에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예산 규모로 보면 이 흐름은 더 선명해진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청년정책 예산은 2021216천억 원에서 지난해 282천억 원으로, 4년 만에 30%가 넘게 늘었다. 올해는 48개 부처가 참여해 299,771억 원 규모로 편성되며 전년보다 6.2% 더 늘었다.

 

주거 정책에서도 같은 그림이 반복된다. 813일 발표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 담긴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만 39세 이하, 연 소득 7천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만 대상으로 한다. 4억 원 이하 비아파트를 구입할 때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인정해주고, 월세 수준의 원리금만 부담하면 되도록 설계됐다. 파격적인 지원이지만, 40대부터는 아예 신청 자격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4050 세대가 느끼는 소외감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 역시 무주택 상태에서 전월세 부담에 시달리고, 조기 퇴직 압박까지 받는 처지에 있다. 물론 정부도 중장년 대책을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재취업지원서비스 제도를 경력지원서비스로 개편하면서 의무 적용 대상을 현재 1,000인 이상 기업에서 내년 500인 이상, 2029300인 이상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고, 서비스를 노동자의 권리로 명시하는 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중장년 내일이음패키지, 중장년 경력지원제(2,000, 참여 기간 월 최대 150만 원 참여수당) 같은 사업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이 지원들은 대부분 서비스중심이다. 훈련·컨설팅·일 경험 기회를 늘려주는 것과, 소득 공백기에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것은 체감 강도가 다르다. 청년에게는 생애 1회 구직급여와 첫취업지원제라는 현금성 안전판을 만들어주면서, 4050에게는 서비스 확대로 대응하는 비대칭적 설계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재원은 고용보험료든 세금이든 전 세대가 함께 부담하는데, 혜택의 설계는 특정 세대에 쏠려 있다면 세대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4. 해외 사례가 주는 시사점

사실 자발적 이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아예 주지 않는 나라는 국제적으로 흔치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비교 연구를 보면, 영국은 1~26, 독일은 12, 프랑스는 4개월, 일본은 1~3개월, 노르웨이는 8, 핀란드는 3개월의 유예(대기)기간을 둔 뒤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구직급여를 지급한다. 자발적 이직자에게 급여를 전면 배제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여러 비교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나온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해외 주요국이 대상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들 나라는 나이로 선을 긋지 않는다. 대신 이직 후 일정 기간의 대기기간을 두거나, 적극적인 구직활동 증빙을 요구하거나, 최소 가입(근속) 기간을 요건으로 삼는다. 즉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는 장치를 행태기준으로 설계하지, ‘연령이라는 인구학적 기준으로 설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한국 정부안은 정반대의 접근을 취하고 있다. 대기기간이나 반복 수급 제한 같은 행태적 통제 장치보다, ‘35세 미만이라는 나이 자체를 수급 자격의 핵심 요건으로 삼았다. 이 설계 방식이 바로 세대 형평성 논란을 자초하는 구조적 원인이다. 만약 최소 근속기간과 대기기간, 반복수급 제한을 촘촘하게 설계해 전 연령에 적용했다면, 재정 부담을 관리하면서도 청년만 챙긴다는 프레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5. 균형 있는 설계를 위한 제언

정책의 취지에 공감하는 노동전문가로서, 다음과 같은 방향의 재설계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수급 자격을 연령이 아니라 근속기간과 이직 이력 같은 행태 기준으로 다시 짜야 한다. 예컨대 전 연령에 적용하되 최소 근속기간(가령 1년 이상)을 충족한 경우로 한정하면, 조기 이직을 부추긴다는 우려를 줄이면서도 세대 간 형평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둘째, 해외 주요국처럼 일정한 대기기간(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직 즉시 급여가 나가는 구조보다, 1~3개월 정도의 대기기간을 거치는 구조가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은 국제 비교에서도 확인된다.

 

셋째, 반복 수급을 제한하는 장치를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구직급여 수급자 10명 중 3명이 반복 수급자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생애 1라는 문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생애 전체의 수급 총량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재정 건전화 로드맵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이미 적자로 전환한 고용보험기금에 새로운 지출 항목을 추가하면서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면, 이 정책은 언제든 지속 불가능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다섯째, 4050 세대를 위한 현금성 소득 지지 수단을 함께 확대해야 한다. 재취업지원서비스의 의무 적용 대상 확대는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조기퇴직이나 구조조정으로 소득이 끊긴 중장년의 공백기를 메워줄 직접적인 소득 보장 수단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정년 연장 논의와 별개로, 퇴직 이후 재취업까지의 소득 공백을 지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병행 검토해야 한다.

 

결론

세대를 가르지 않는 고용안전망을 위해 정부가 특정 세대만 챙긴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그 정책의 사회적 지지 기반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고용보험료든 세금이든, 이 제도를 뒷받침하는 재원은 결국 전 세대가 함께 낸다. 청년에게는 재도전의 기회를, 장년층에게는 공정한 몫을 - 이 두 가지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설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이 대신 근속기간과 이직 이력을 기준으로 삼고, 대기기간과 반복 수급 제한 같은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안전장치를 갖추고, 4050을 위한 소득 지지 수단을 함께 확충한다면, 이 정책은 시럽급여논란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국회의 입법 과정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연령 기준을 근속·행태 기준으로 보완하고, 주요 노동 입법에 세대 영향평가와 같은 절차적 장치를 도입하는 것을 함께 논의할 기회다. 청년 고용 위기 대응이라는 정당한 목표가, 세대를 가르는 설계 때문에 빛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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