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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에서 퇴직까지, 노동법을 안다는 것의 무게

[최상률의 일家양得]158 전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8-07 08:41 수정 2026-08-0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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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지원서를 쓰는 순간부터 퇴직금을 정산받는 순간까지, 근로자와 사용자는 매 순간 노동법이라는 씨줄과 날줄 위에 서 있다. 그런데도 정작 그 규칙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근로자는 "월급이 늦게 들어와도 참는 게 도리"라 여기고, 사용자는 "관행대로 해왔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서 분쟁이 자라난다. 마침 2024년 말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2025년 육아지원 3, 2026년 노란봉투법 시행까지 굵직한 변화가 잇따른 지금이야말로, 채용에서 퇴직까지 이어지는 근로관계의 지형을 다시 그려볼 때다.

 

1. 입사의 문턱, 계약서 한 장의 무게.

채용 공고에 성별이나 나이를 못박는 관행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는 명백한 위법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근로계약서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임금, 근로시간, 근무 장소를 서면으로 명시해 교부하도록 규정하지만, 현장에서는 구두 약속으로 갈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계약서 한 장이 훗날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분쟁에서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는 사실을 노사 모두 간과한다. 기간제·파견 근로자를 채용할 때도 2년의 사용 기한을 넘기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점을 사용자는 특히 명심해야 한다.

 

2. 임금, 그 예민한 셈법이 바뀌었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급 1320, 월급으로 환산하면 2156,880원이다. 그러나 올해 인사노무 현장을 가장 뒤흔든 것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통상임금이다. 대법원은 20241219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11년간 유지해온 '고정성' 요건을 폐기했다. 이제는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주는 상여금이든, 일정 근무일수를 채워야 주는 상여금이든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된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그동안 '재직조건'이라는 문구 하나로 손쉽게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했던 기업들은 이제 연장·야간·휴일수당 산정 구조 전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상여금이 이 판결의 적용 대상인지 살펴볼 필요가 생겼다.

 

3. 시간을 둘러싼 약속, 그리고 아이 키우는 시간.

40시간, 연장근로 주 12시간 한도라는 오래된 원칙 옆에, 2025223일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육아지원 3법 시행으로 배우자 출산휴가는 10일에서 20일로, 육아휴직은 부모가 각각 3개월 이상 사용하면 최대 16개월까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까지로 확대되었다. 저출생 위기 앞에서 국가가 선택한 답은 결국 '시간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문제는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현장에서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어야 실효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사업주에게는 육아휴직 신청에 대해 14일 안에 서면으로 답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는 사실도, 놓치기 쉬운 실무 포인트다.

 

4. 조직 속의 근로자, 그리고 안전이라는 최소한의 약속.

인사이동과 징계는 늘 '정당성'이라는 잣대 위에서 흔들린다.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저울질하고, 징계 전 소명 기회를 주었는지를 따지는 판례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다만 최근 몇 년간 가장 뚜렷하게 달라진 것은 '안전''괴롭힘'에 대한 감도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4127일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 전체로 확대되었고, 이제는 동네 빵집도 예외가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사실도 여전히 낯설어하는 사업장이 많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안전과 존엄의 의무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5. 이별의 순간, 그리고 남은 질문.

해고는 30일 전 예고와 서면 통지라는 절차를 갖추지 못하면 그 자체로 무효가 될 수 있다. 정리해고라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부터 근로자대표와의 협의까지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채워야 한다. 억울한 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3개월 안에 노동위원회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권리다. 정년을 둘러싼 논의도 진행형이다. 법정 정년은 아직 60세지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계속고용 의무화 논의가 정부와 노사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고,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65세까지 확대하는 절충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 퇴직금은 퇴직일로부터 14일 안에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 역시, 당연하지만 자주 잊혀지는 약속이다.

 

6. 노란봉투법, 노사관계의 지형을 다시 그리다.

2026310,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에도 사용자의 책임을 지운다는 것, 파업 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층적 하도급 구조 속에서 교섭 상대조차 찾지 못했던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새로운 문이 열린 셈이지만, 원청 기업들은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서둘러 점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법이 시행된 지 반년, 아직 현장의 해석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7. 안다는 것이 권리이자 책임이다

채용에서 퇴직까지 이어지는 이 긴 여정에서, 노동법은 어느 한쪽만을 위한 방패가 아니다. 근로자에게는 자신의 임금과 시간, 존엄을 지키는 도구이고, 사용자에게는 분쟁을 예방하고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드는 나침반이다. 통상임금 판결이든 육아지원 3법이든 노란봉투법이든, 결국 이 모든 변화가 향하는 지점은 하나다. 계약의 시작과 끝 사이 어느 순간에도,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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