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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6-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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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현장은 무엇을 말하는가

[최상률의 일家양得]139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6-21 16:02 수정 2026-06-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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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100일이 되었다. 이제는 분명히 말할 때가 됐다. 이 법은 아직 미완의 제도가 아니라, 이미 산업현장에서 정책 실패의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 할 것이다. 교섭은 활성화되지 않았고, 기준은 작동하지 않았으며, 갈등은 제도 이전보다 더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여전히 이를 권리 확대의 성과로 포장하고 있다. 현실과의 괴리가 이렇게 클 수는 없다.

 

조선업 현장은 그 단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형 조선소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산업안전과 작업환경 개선을 이유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교섭이 개시되기도 전에 임금 인상, 상여금 체계, 고용 안정 문제까지 요구가 확장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원청이 직접 결정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청업체와의 계약 구조를 무시한 채 원청에게 모든 책임을 요구하는 방식은 교섭이 아니라 책임 전가다. 결국 원청은 교섭 자체를 거부하거나 지연할 수밖에 없고, 노동계는 이를 다시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며 갈등을 증폭시킨다. 이것이 지금 조선업 현장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건설업에서는 상황이 더욱 위험하다. 타워크레인, 철근·콘크리트 공정 등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일부 인정되자, 이를 근거로 전 공정에 대한 교섭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안전 문제를 매개로 교섭을 시작한 뒤, 공사 단가와 연동된 임금 구조나 인력 운영 방식까지 개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각 공정별 책임이 명확히 나뉘어 있는 산업이다. 이 구조를 무시하고 원청에게 포괄적 사용자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산업 운영의 기본 원리를 흔드는 것이다. 그 결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교섭과 분쟁 리스크를 이유로 공사 지연과 신규 계약 회피가 현실화되고 있다.

 

물류업은 또 다른 양상의 왜곡을 보여준다. 원청이 물류센터 운영, 안전관리, 설비 통제를 수행하는 것은 법적 의무이자 사업 운영의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리 행위가 곧바로 지배력 행사로 해석되면서, 하청·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안전 점검과 작업 지침 제공, 설비 관리까지 모두 사용자성의 증거로 제시된다. 이 논리가 확장되면, 사실상 물류 플랫폼과 계약관계에 있는 모든 주체가 잠재적 사용자로 묶이게 된다. 이는 법적 개념의 확장이 아니라 붕괴에 가깝다.

 

이 세 산업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법이 의도한 제한적 사용자성은 현장에서 포괄적 책임 요구로 변질 되었고, 그 과정에서 교섭은 작동하지 않고 갈등만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제도적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성 판단에서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일부 의제만 인정하거나 아예 판단을 유보하고 자율교섭으로 넘기고 있다. 이는 사실상 기준 설정의 책임을 포기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장에서는 일단 요구하고 보자는 식의 무차별적 교섭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노동계의 전략도 문제다. 현재의 방식은 권리 보장이 아니라, 법의 불명확성을 최대한 활용한 압박 전술에 가깝다. 산업안전이라는 명분으로 교섭을 시작한 뒤, 임금과 고용 전반으로 요구를 확장하고, 이를 파업 가능성과 결합시키는 방식은 협상이라기보다 단계적 압박 구조에 가깝다. 특히 손해배상 책임이 완화된 상황에서 파업의 비용은 줄어든 반면, 기업의 부담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힘의 균형은 급격히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여기에 형사처벌 리스크까지 더해진다. 사용자성 여부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구조는, 법적 판단 이전에 사실상의 강제 교섭을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법치가 아니라 압박이다. 법적 불확실성과 형사 리스크가 결합된 환경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방어적 위축뿐이다.

 

결국 노란봉투법은 지금, 두 가지 왜곡된 결과를 동시에 만들어내고 있다. 하나는 교섭의 실종이다. 다른 하나는 갈등의 상시화다. 교섭은 늘지 않았고, 대신 분쟁과 법적 다툼만 증가했다. 이것이 정책 실패가 아니라면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노동권 보호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방식이 산업의 작동 원리를 무너뜨리고, 법적 기준을 흐리며, 갈등을 구조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그 제도는 수정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계의 추가 요구가 아니라, 제도의 근본적 재설계다.

 

사용자 개념은 다시 좁혀져야 하고, 교섭 범위는 명확히 한정되어야 하며, 형사처벌 중심의 규율 방식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기대어 모든 책임을 확장하려는 현재의 접근은 중단되어야 한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된다. 그리고 노란봉투법 100일의 결과는 분명하다. 교섭은 실패했고, 현장은 흔들리고 있다. 이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다음 100일은 혼란의 확대일 뿐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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