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6-25 09:12

  • 오피니언 > 칼럼/사설

누가 청년의 일자리를 인질로 잡았나

[최상률의 일家양得]138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6-18 15:26 수정 2026-06-18 16:55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문자로 공유 밴드로 공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최근 내놓는 언어는 더 이상 약자 보호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제도 전체를 자신들의 교섭 논리로 재편하겠다는 정치적 요구이며, 그 비용을 청년·하청·플랫폼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확장주의에 가깝다. 한국노총이 617일 토론회에서 노란봉투법 시행을 발판 삼아 전체 하청노동자 집단이 교섭단위라고 주장하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까지 노동자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요구한 것은 그 상징적 장면이다 할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올해 310일 시행되면서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까지 사용자 범위를 넓혔다.

애초 취지는 원청의 책임 회피를 막고,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을 좌우하는 주체에게 교섭 책임을 묻자는 데 있었다.

그런데 양대노총과 노동계 일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개별 사업구조와 지배력 판단이라는 최소한의 법적 경계마저 지워버리고, 사실상 모든 하청을 하나의 정치적 교섭 전선으로 만들겠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할 것이다.

 

이 주장은 거칠게 말해 법의 취지를 악용하는 것이다. 실질적 지배력 판단은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야 하는 법적 문제인데, 노동계는 이를 아예 추정된 정치적 책임처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청은 실제 지배 여부와 무관하게 상시적 교섭 압박과 분쟁 리스크를 떠안게 되고, 기업은 신규 외주와 협력망 운영에 더 방어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책임 있는 원청화가 아니라, 위험 회피를 위한 거래 축소와 고용 위축이다. 노동계는 늘 사회적 책임을 말하지만, 정작 자기 주장의 고용 파급효과에는 침묵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주장에서는 그 무책임이 더 노골적이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보호의 필요성과 전면적 근로자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이후 곧바로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근로자 추정제입법을 촉구하며 플랫폼과 특고 영역까지 기존 노동법의 틀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이는 산업의 다양성과 계약 현실을 세밀하게 설계하자는 접근이 아니라,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법적 신분으로 평면화하겠다는 발상이다.

 

이 대목에서 양대노총의 정치적 책임은 더욱 무겁다. 그들은 플랫폼 노동자를 대변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플랫폼 노동의 다양한 선택 구조와 소득 방식, 진입 경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조직 가능한 집단으로 재분류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여 왔다. 보호의 이름으로 유연성을 죄악시하고, 제도 편입을 명분으로 산업구조를 노조 친화적으로 재단하려는 태도는 결국 시장의 실제 당사자보다 조직의 영향력 확대에 더 충실한 것임이 틀림없다. 노동법은 조직 확대의 도구가 아닌데도 말이다.

 

청년 고용 문제로 가면 이들의 위선은 더 선명해진다. 고용노동부의 2026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는 2,912만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만명 감소했고, 청년 고용률은 43.8%2.4%포인트 하락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년 고용률 하락은 25개월째 이어졌고, 청년 취업자는 255천명 줄었다.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경기 둔화만이 아니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위험이 가장 먼저, 가장 거칠게 청년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구조적 현실이다.

 

그런데 양대노총은 이 문제를 누구보다 오래 외면해 온 세력이다. 내부 노동시장의 강한 보호, 연공 중심 구조, 정규직 중심의 교섭 질서가 신규 진입자에게 높은 문턱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한국 노동시장 논의의 상식에 가깝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청년 고용 위기를 볼 때마다 자신들이 구축해 온 기득권 구조는 말하지 않고, 언제나 더 많은 사용자 책임, 더 넓은 노동자 범위, 더 큰 교섭 권한만 요구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진입 가능한 일자리와 이동 가능한 노동시장인데, 노동계는 그 입구를 넓히는 대신 기성 내부자의 보호벽부터 더 높이 쌓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의 책임도 작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1년 동안 노동 친화적 성과를 강조해 왔고, 대통령도 노동기본권 보장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진짜 책임 있는 정부라면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 적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그 요구가 청년 고용과 산업 전환, 플랫폼 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 먼저 따져 물어야 했다.

노동정책은 박수받기 쉬운 상징 입법이 아니라, 이해 충돌의 비용을 배분하는 냉정한 설계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노조의 요구에는 관대하고, 그 요구가 만들어낼 배제의 비용에는 지나치게 둔감하다.

 

특히 양대노총이 노조 회계공시 같은 투명성 장치는 적대시하면서 사용자 책임과 국가 개입만 끝없이 확대하자고 하는 대목은 뻔뻔하기까지 하다. 책임은 남에게 묻고, 자신에게 향하는 공개와 검증은 거부하는 태도는 사회적 대화의 자세가 아니라 정치적 특권 의식이다. 노동의 이름으로 공공성을 말하려면, 노동조합 역시 스스로 공공적 통제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말하는 정의는 결국 자신들에게만 관대한 정의일 뿐이다.

 

노동 사각지대 해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해법이 양대노총의 조직 논리를 중심으로 짜여서는 안 된다. 하청 문제는 실질적 지배력 기준을 엄격하게 따져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하고, 플랫폼 노동은 사회보험·보수 체계·거래상 지위 보호를 중심으로 별도 설계를 정교하게 발전시켜야 하며, 청년 고용은 기존 보호 체계의 성역을 손대는 구조개혁 없이는 풀리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노동계가 내놓는 해법은 이 세 문제를 모두 하나의 구호로 뭉개고 있다. 더 넓게 인정하라, 더 많이 교섭하게 하라, 더 크게 책임지게 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구호의 독주다.

 

양대노총은 더 이상 약자의 대변자라는 상징 뒤에 늘 숨을 수 없다.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하청을 전면 교섭 전선으로 만들고, 플랫폼 노동을 제도 확장의 발판으로 삼고, 청년 고용 위기를 또 다른 입법 명분으로 활용하는 순간, 그들은 보호 세력이 아니라 기득권 정치세력으로 읽힌다. 청년의 일자리, 플랫폼 노동의 선택권, 산업 전환기의 유연한 적응 가능성을 갉아먹으면서도 스스로를 정의의 대리인으로 포장하는 태도야말로 지금 한국 노동정치의 가장 위선적인 얼굴이다.

 

정말 비판받아야 할 것은 기업만이 아니다. 노동계도, 그리고 그 요구를 방치하거나 편승하는 정부도 똑같이 비판받아야 한다. 하청과 플랫폼, 청년의 불안을 자신들의 세 확장 논리로 흡수하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남는 것은 더 두터운 보호가 아니라 더 좁아진 입구와 더 깊어진 배제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확장 경쟁이 아니라, 누가 실제로 비용을 내고 누가 실제로 배제되는지를 끝까지 따지는 냉혹한 정책 감각이다 할 것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빠른 실시간 뉴스, 태백시민·정선군민과 함께 만드는 언론
태백정선인터넷뉴스는 한국지역인터넷언론협회 회원사입니다.

 

ⓒ 태백정선인터넷뉴스 (tji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광고문의/취재요청 tbnews21@naver.com)

태백정선인터넷뉴스 (tbnews21@naver.com)

  • 등록된 관련기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