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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총파업, 긴급조정권 즉각 발동하라

[최상률의 일家양得]130 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노무사

기사입력 2026-05-16 13:18 수정 2026-05-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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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가 521일부터 6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을 결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꽤 되었지만,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노사 자율에 맡기겠다는 말 한 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이 실제로 휘청이고, 글로벌 고객사들이 공급망 리스크를 저울질하는 와중에도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관료적 표현 뒤에 몸을 숨기고 있다. 이쯤 되면 질문은 하나로 수렴한다. 반도체 산업이 멈출 위기에 처해 있는데, 정부는 끝까지 구경만 할 것인가를 물을 수밖에 없다. 이 사안을 여는 사업장 분규처럼 다루는 순간, 정부는 국가 경제의 위험 신호를 외면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한 기업의 임금협상 파열음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 양축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과 같은 존재이고, 반도체는 이미 수출과 투자, 고용, 기술 주권을 동시에 떠받치는 국가전략산업이다. 실제로 노조 집회 하루만으로도 파운드리 생산이 절반 이상 꺾이고, 일부 라인은 70% 이상 급감했다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상태에서 총파업이 현실화 되면 그 여파는 회사 내부를 넘어 한국 반도체 공급망과 AI 인프라 경쟁력 전체로 확산될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노사 간 의견차를 좁히도록 촉구하고 있다는 상투적 멘트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

 

법과 제도는 정부 손에 강력한 수단인 긴급조정권을 쥐여주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는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하여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가 더이상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의 생명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삼성전자 총파업 사태는 노조법 조문이 예정한 요건을 사실상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익사업이 아니다”, “예외적 수단이라 신중해야 한다는 말로 스스로 손발을 묶고 있는 있는 실정이다. 시대착오적 좁은 해석으로 21세기 공급망 위기를 방치하는 꼴이 되는 셈이다.

이미 반도체 생산 차질의 징후가 수치로 드러났고, 총파업 일정도 특정됐으며, 파급효과 역시 국가 경제 차원에서 예견되는 상황이라면, 지금은 검토가 아니라 결단의 시간이다.

 

노조의 책임도 또한 가볍지 않아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성과급 산정의 불투명성, 보상체계의 불합리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가전략산업의 핵심 생산라인을 멈추는 총파업 카드를 던진 순간, 이 투쟁은 단순한 임단협이 아니라 경제 안보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흔드는 양상으로 비화한다. 노동권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노동권이 국가 경제 전체를 볼모로 삼는 방식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성과급 정상화라는 구호가 반도체 멈춤으로 번역되는 순간, 노동자는 더 나은 분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미래의 성장을 함께 깎아내리게 된다. 노조가 정당성을 말하고 싶다면, 최소한 국가 경제의 생명선은 건드리지 않는 선을 스스로 그어야 했다.

 

사측 역시 면책될 수 없다. 갈등이 이 지경으로 치달았다는 것은, 회사가 그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일방적 보상체계와 불충분한 설명으로 현장의 불만을 방치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글로벌 초격차를 외치면서도, 정작 노사관계에서는 기존안 재탕과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면 그것은 경영 전략이 아니라 위험한 안이함이다. 초고성장과 초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시기에, 노사관계를 단순한 비용 요소로만 취급해 온 결과가 지금의 총파업 위기다. 기술·투자·마케팅에는 수십 년 앞을 내다보면서, 노사관계에는 여전히 과거형 사고에 머무른 경영진의 책임도 분명히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책임은 결국 공권력을 쥔 정부가 져야 한다. 노조는 이해당사자로서 최대치의 요구를 관철하려 할 것이고, 회사는 비용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이해당사자들이 각자의 극단으로 치달을 때, 그 충돌을 제도와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이 바로 국가다. 긴급조정권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몽둥이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동맥경화를 예방하기 위한 비상 밸브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노사 자율이라는 말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안전판으로 설계된 제도를 당연히 행사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장관은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청취해 긴급조정 결정을 공표하고, 삼성전자 노사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한 뒤 30일간의 조정·중재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성과급 산식과 상한 기준을 투명하게 제도화해 보상체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정부는 반도체·배터리·통신 등 전략산업에 대한 특별 분쟁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략산업의 생산 연속성을 지키는 것은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국가 전체를 위한 보험이다.

 

지금 우리는 단순한 노사분규가 아니라,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위험 신호 앞에 서 있다. 반도체 라인이 멈추는 순간, 한국 경제의 심장박동도 함께 느려진다. 그때 가서야 긴급조정을 논의하는 정부라면, 그것은 정부가 아니라 방관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총파업은 한 기업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의 기술 주권, 수출경제, 미래세대의 일자리까지 한 번에 건 도박이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지금 이 순간, 더 늦기 전에 긴급조정권을 즉각 발동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멈추는데도 머뭇거리며 정부가 구경만 한다면, 그 책임은 역사적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석.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원주고용센터 소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현 노무법인 최상인업 대표공인노무사

 

저서 :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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