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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기고] 대한불교 조계종 장명사 주지 자엄 스님

“황지연못을 밝힌 연등은 인연연기를 깨우치는 지혜광명이 되고, 이웃의 삶을 살피는 자비광명이 될 것”

기사입력 2026-05-13 20:08 수정 2026-05-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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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태백정선인터넷뉴스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지난 12일 봉축탑 점등식에서 축사의 인사말을 전한 자엄스님의 말씀을 글로 옮긴다.

 

부처님 오신 날 봉축탑 점등식 축사

설명

모두 반갑습니다. 저는 대한불교조계종 장명사 주지 자엄입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싱그로운 계절에 황부자집 불교 설화가 구전되어 오는 황지연못을 장엄한 연등 아래서 불자님들과 태백 시민 여러분께 인사를 올립니다.

 

오늘 점등식을 정성껏 준비해 주신 태백시 관계자 여러분과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태백시의회, 그리고 각계각층에서 정성을 보태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찬불가 음성공양으로 점등의식을 풍성하게 지원해주신 대한불교천태종 등광사 유구법 주지스님과 합창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올해는 지역사회의 큰 변화를 앞두고 있어,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간절합니다. 이에 저는 오늘 부처님의 가르침과 우리가 지향하는 공동체의 가치가 만나는 지점에서 세 가지 지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불성사상의 주인공과 민주주의의 주권자는 본질이 같습니다.

불교의 불성사상(佛性思想)은 모든 존재가 본래 부처가 될 수 있는 자기 삶의 주인공임을 일깨워줍니다. 이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맥을 같이 합니다. 내 안의 불성을 깨달아 주체적인 삶을 사는 수행자의 자세는 곧, 공동체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주권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시민 한 분 한 분이 삶의 현장과 지역사회에서 존엄한 주인으로서 바로 설 때, 태백의 미래는 더욱 밝게 빛날 것입니다.

 

둘째, ‘이상현실이 지혜와 자비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수행자가 깨달음이라는 높은 이상(理想, 파랑새, 자유, 본래 성품, 인간 본성)을 품으면서도 중생의 고단한 삶을 외면하지 않듯, 우리 사회의 리더들 또한 원대한 비전과 함께 시민들의 먹고사는 구체적인 현장을 세심히 살피는 지혜를 갖추어야 합니다. 방향은 이상으로 정하되, 속도와 방법은 현실의 삶을 기반하여야 합니다. 자신의 빛을 낮추어 세상의 티끌과 함께한다는 화광동진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주권자를 위한 세심하고 책임감 있는 정책이 실천될 때, 태백시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셋째,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태백의 진정한 자립 기반입니다.

태백시가 지닌 인구 소멸 위험과 최근 인공지능(AI) 기술문명 대전환의 시대 파고 속에서 태백시가 붙잡아야 할 핵심가치는 결국 '사람의 호감(好感)'입니다. 서로를 부처님처럼 존중하고, 내가 베푼 친절이 다시 돌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고 사람 중심의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축적된 친절과 존중의 문화는 태백시를 다시 찾고 싶은, 다시 가고 싶은 고장으로 이미지가 형성되고, 이는 태백시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수많은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아야 완성됩니다.

 

오늘 황지연못을 밝힌 연등은 인연연기를 깨우치는 지혜광명이 되고, 이웃의 삶을 살피는 자비광명이 될 것입니다. 이 지혜와 자비의 광명이 태백시청, 태백시의회, 그리고 모든 일터와 가정에 골고루 스며들어 파사현정의 종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태백의 모든 스님과 불자들은 시민 여러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당당한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시기를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시고 성불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불기 2570512

 

봉축탑 점등식 불교계 대표 장명사 주지 자엄 합장

 

<첨언>

여담으로 딱 1분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평소 우리 태백시 공동체를 바라보며 늘 마음 한구석에 깊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른의 존재입니다.

 

현재 태백시는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상대편으로 간주하는 이분법적 논리에 갇혀 있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중재하고 중심을 잡아줄 어른이 참으로 절실합니다.

 

자신의 삶이 공동체에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며, 갈등보다는 통합을, 사익보다는 공익을, 그리고 개인의 욕망보다는 포용의 가치를 삶 속에서 묵묵히 실천하는 분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우리 태백에도 공동체가 온 마음으로 믿고 의지하며 존경할 만한 어른이 계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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