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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산의 미래를 생각한다 산업유산의 미래를 생각한다

김재영 한국탄광문화유산연구소장

기사입력 2026-03-12 14:20 수정 2026-03-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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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이슈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는 사안은 조세이(장생) 탄광 수몰 사고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23,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바다 밑 해저 탄광에 바닷물이 유입되며 갱도가 붕괴했다. 일제가 전쟁 물자 확보를 위해 무리한 채굴을 강행하던 과정에서 우리 조선인 136명을 포함해 총 183명이 수몰돼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 탄광 회사는 추가 사고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갱도 입구를 폐쇄했고, 희생자들은 차가운 바닷속에 남겨진 채 오랜 세월 잊혔다.

 

그로부터 80여 년이 흐른 지난해 한일이 공동으로 진행한 수중 조사에서 유해 4점이 발견되며 참사의 진실을 다시 조명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후 유전자(DNA) 감정과 추가 발굴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 정부 역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번 발견은 단순한 발굴 성과를 넘어,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희생자들의 역사를 복원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소식을 접하며 떠오른 것은 강원도민일보가 2024년 보도했던 독일 에센 졸페라인 탄광의 재생 사례(폐광 그 후-다시 찾은 미래). 한때 독일 최대 산업 중심지였던 이곳 역시 석탄 고갈과 산업 구조 변화로 1986년 폐광 이후 쇠퇴의 길을 걸었다. 지역경제는 급격히 침체됐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를 떠났다. 이후 철거와 보존을 두고 논의가 오갔지만,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정부는 철거 대신 보존을 선택했다. 독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광산인만큼 산업 유산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산업시설을 문화·관광 자원으로 재생시키는 장기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졸페라인 탄광은 오늘날 세계문화유산이자 연간 15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표적 산업유산 관광지로 거듭났다.

 

현재도 해당 지역에서는 지하수 오염과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해 매일 1,200이상의 물을 퍼 올리는 배수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도시 안전과 식수원을 보호하기 위한 영구적 과업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폐광 이후에도 지역과 환경을 지키는 책임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사례는 태백의 현실과도 닮아 있다.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는 1950년 이후 74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석탄 생산을 담당했던 대표적 국영 기업으로, 지역 발전의 중심이자 산업화의 상징이었다. 동시에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지하 폐갱 관리와 환경 보존이라는 과제 역시 함께 남겨졌다. 더욱이 태백은 한강과 낙동강, 동해로 흐르는 오십천의 발원지가 자리한 생태적 요충지로, 수자원 보존과 환경 관리의 중요성 또한 매우 크다.

 

조세이 탄광에서 83년 만에 이루어진 유해 발굴은 과거의 상처를 직시하고 기억을 복원하려는 노력의 결과다. 이를 보면서 우리는 탄광 산업이 남긴 유산을 단순히 과거의 흔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보존과 재생을 통해 미래 세대에 전달해야 할 가치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장성광업소 수갱 시설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자 산업유산 보존과 환경 관리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과거를 기억하고 보존하는 일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태백의 산업유산 역시 보존과 재생이라는 새로운 길 위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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