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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6 오전 9:15:42 입력 뉴스 > 칼럼/사설

[최상률의 일家양得]37
통상임금 판결, 상여금에 재직조건 있어도 '고정성' 인정



▲ 최상률 前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행정학박사)
상여금에 붙은 재직요건이 유효하다고 해도
, 고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화제다.

 

재직요건의 유효성 자체를 부정해서 통상임금이라고 인정한 하급심 판결은 있었지만, 재직요건의 효력을 긍정하면서도 고정성을 인정한 판결은 처음이다. 현재 재직요건의 유효성과 관련한 판결이 대법원 전원 합의체에 올라 있는 상황이라,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주목이 된다.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이숙연)는 지난 122, A 등 근로자 172명이 I 주식회사(이하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1심 판결을 취소했다. 이 회사는 1년 동안 기본급의 800%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총 8회에 걸쳐 분할 지급하고 있었다. 다만 이 사건 상여금에는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재직자 조건이 붙어 있었다.

 

A씨 등은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이를 제외해서 계산한 통상임금을 토대로 지급한 각종 수당과 중간정산 퇴직금을 다시 계산하고, 부족분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재직자 조건은 임금의 사전포기이고 전액지급 원칙이라는 강행법규에 위반해 무효며, 재직자 조건이 인정된다고 해도 고정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이에 맞서 회사는 재직자 조건이 부가돼 있으므로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이라는 불확실한 조건을 성취해야 지급받을 수 있다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해도 지급일 전에 퇴직하면 상여금을 못 받게 되므로,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먼저 재직자 요건은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직자 조건에 따르면 중도 퇴직하는 근로자는 미지급 상여금이 있어도 이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반대로 초과 지급받은 상여금이 있어도 이를 반환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중도 퇴직 근로자는 시기에 따라 이익이나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 이는 연간 지급되는 상여금 금액에 비하면 소액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재직자 조건이 어느 일방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근로자가 퇴직 시기를 선택할 수 있어서 불이익이 크다고 하기 어렵다""재직자 조건은 중도 퇴직하는 경우 계산상 편의를 위해 미지급이나 초과 지급 상여금을 정산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재직자 요건이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고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여금은 추가적인 조건 충족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된 것이 예정된 임금이라며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상여금은 18회로 분할 지급되지만, 이 기간은 휴가나 명절 등 자금수요 시기에 맞춰 결정된 것일 뿐 임금 산정기간이라고 할 수 없다결국 상여금은 기본급의 800%로 연간지급액이 확정돼 있고, 지급액 모두 연간 소정근로의 대가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상여금 전체가 연간 소정근로의 대가라고 본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어 재직 조건은 불확실한 조건이 아니라 발생이 확실한 조건이라는 법리도 펼쳤다. 1년의 소정근로를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퇴직한다고 해도 고정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재판부는 "퇴직은 전체 재직기간 마지막 날에 단 한번 발생하는 사건"이라며 "그렇다면 재직조건은 극히 예외적인 퇴직을 하지 않는 한 발생할 것이 확실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퇴직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에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이라는 요건은 불확실한 조건이 아니라 발생이 확실한 조건이라는 논리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재직 조건은 상여금 발생 조건이 아니라 퇴직이라는 예외적 상황에서 임금 정산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방안이라며 이를 두고 불확실한 조건 성취 여부에 따라 지급여부가 달라지는 유동적 임금이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를 근거로 정상적으로 근로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상여금의 지급여부가 고정적이고, 재직조건이 불확실한 조건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재직자 조건이 있다고 해도 이는 퇴직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정산을 위한 도구일 뿐, 결국 상여금 전체는 고정성이 인정된다는 해석이다.

 

재직자 요건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서울고등법원 민사38부는 201812월세아베스틸 사건과 20195월 기술보증기금 사건에 연이어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조건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에 일방적으로 재직자 조건을 붙이는 것은 이미 발생한 임금을 일방적으로 지급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재직자 조건의 효력을 부정해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었다.

 

그런데 이번 판단은 재직자 조건이 유효하다고 해도 고정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기존에 없었던 법리다.

 

이번 판결을 두고 재계단체는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재계단체 관계자는 세아베스틸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올리기 전에, 유한킴벌리 통상임금 사건 등 여러 사건에서 재직자 조건을 이유로 상여금의 고정성을 부정하고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이런 해석은 법적 안정성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회사의 상여금 지급이 신규 입사자에게도 경력에 따라 지급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통상임금에 대한 2013년 대법원 전합의 고정성 판단 법리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재직 요건의 유효성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은 부담스러워 이런 해석론을 취한 것 같고, 퇴직이라는 사유가 한번 밖에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점도 새로운 주장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다만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이후에도 대법원 소부에서 재직자 요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단을 내린 바 있어서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

열린노무법인 부대표

 

저서 : 외국인력 정책에 관한연구(행정학 박사)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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