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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2 오전 9:34:31 입력 뉴스 > 칼럼/사설

[최상률의 일家양得]18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Q&A



▲최상률 前고용노동부태백지청장(행정학박사)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직장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개념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지금껏 논란이 이어지다가 막바지 간신히 여야 합의로 이루어 졌다. 지난 칼럼에 이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뜯어 보려한다.

 

주말에도 전화하는 김 부장, 회식자리마다 먹기 싫은 술을 강권하는 최 팀장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문답으로 정리해 본다.

 

Q.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A.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란 근로기준법 개정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두 건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정의 규정을 법에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핵심이다.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이다.

산재보상보험법에선 업무상 질병 항목에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도 추가했다. 한마디로 상사가 괴롭혀서 발생한 스트레스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Q. 개념이 모호하다고 논란이 됐다면서요.

A. 그렇다. 과연 어떤 행동까지 우리가 괴롭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괴롭힘이라고 생각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텐데 말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해야 한다는 점엔 여야가 공감했고 관련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선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하지만 법의 자구 등을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쉽사리 통과가 되지 않았다. 격론 끝에 일부 표현이 달라졌다. 원안에서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를 신체적·정신적·정서적인 고통이라고 표현했지만 여기서 정서적이라는 표현은 빠졌다. ‘업무환경이라는 표현도 근무환경이라고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커다란 차이는 아니라고 보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서적 고통은 널리 보면 정신적인 고통으로도 포괄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Q. 여전히 모호한 것 같은데요.

A. 직장 내 괴롭힘을 아주 명료하게 정의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할 것이다. 주관적인 감정에 판단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정당한 업무 지시인데 부하 직원은 괴로워할 수 있다. 이때도 지시를 내린 상사를 징계하는 건 곤란할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가이드라인이다. 어떤 것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것인지 사업장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손에 잡히는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냥 만드는 것은 물론 아니고, 전문가 연구 용역을 거쳐 그간 쌓인 법원의 판례와 외국 사례 등을 참조하여 만들었다. 어떤 지시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지 판단하는 게 핵심이다고 보면 된다.

 

Q. 저희 회사 김 부장은 자꾸 주말에 전화합니다. 쉬는 날이지만 안 받을 수도 없고 미치겠습니다.

A. 부장이 전화를 한 것 자체만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날 업무 지시를 내렸다면 이는 암묵적으로 초과근로를 강요하는 부당한업무 지시로 볼 수 있다. 근로자가 합의하지 않은 연장·야간·휴일 근로는 강제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 50 조와 제 55 조에선 법적으로 휴식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통해서 해결하거나 고용부 산하 관할 지방고용노동지청에 관련 사실을 신고하면 된다.

 

Q. 같은 부서 최 팀장은 회식 때마다 술을 강권합니다. 저는 술을 먹지 못하는데 토를 하더라도 마셔라고 하네요.

A. 이는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업무상 적정 범위가 아니다.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인 고통을 준 것도 분명하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볼 필요도 없다. 앞으로 법이 시행되면 최 팀장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Q. 처벌은 누가 받나요.

A. 물론 괴롭힘 정도가 심하면 가해자는 직접 법의 처벌을 받는다. 직원의 뺨을 후려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가해자들을 직접 법으로 처벌하는 내용은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누구든 사장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장은 반드시 조사를 실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 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근무 장소를 변경해주거나 유급휴가 등을 줘야 한다. 사장은 가해자에게 징계 등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만약 사장이 피해를 당했거나 괴롭힘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내렸다면 그때 사장은 처벌을 받는다. 다시 말하면 술을 강권한 최 팀장에게 징계를 내리지 않고 오히려 신고한 사람에게 불리한 조치를 내렸다면 사장님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Q. 직장 내 괴롭힘을 사장에게 신고할 수 있도록 했군요. 그런데 사장이 괴롭힘 가해자면 어떡하죠.

A. 이번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맹점이다. 일반 근로자가 가해자라면 사장이 조치할 수 있지만 사장이 직접 가해자일 땐 이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없는 한계가 있다. 신고 대상이 사용자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사장이 괴롭혔다는 사실을 사장에게 신고한다는 것은 아주 웃기는 일이다. 증거를 잘 수집했다가 가까운 노동청에 신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근로감독관이 부당해고, 부당징계, 임금체불 등 구체적인 사건으로 보기 어려운 괴롭힘 사건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업장에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Q. 프리랜서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나요.

A. 안타깝지만 불가능하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것이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이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따라서 법에서 정한 근로자로 보호받기 어려운 프리랜서들에겐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4 인 미만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도 해당 규정을 적용하려면 별도로 하위 법령을 바꿔야 한다. 법이 만들어졌다고 다 끝난 게 아니라는 뜻이다.

 

Q. 다른 나라에선 어떤가요.

A. 유럽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논의가 가장 활발한 곳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했다. 스웨덴도 1990 년대 후반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규율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조례를 만들어서 관련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폴란드는 노동법에서 근로자에게 직업 적합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며 굴욕감과 곤란함, 고립과 격리 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핀란드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신적인 폭력을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고의적인 실력 행사로 신체적, 정신적, 영적, 도덕적, 사회적 발전의 저해를 초래하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규정해 두고 있다. 한국과 법체계가 비슷한 이웃나라 일본에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기업의 대응을 법으로 의무화하는 방침을 후생노동성에서 정했다.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의무를 기업에게 법률로 부과하는 것이다.

 

Q. 이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요.

A.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법 하나 만들어졌다고 모든 사람들의 행동이 하루아침에 바뀌긴 어려울 것이다. 기업마다 일해 왔던 관행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법에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문장을 넣었다는 사실이다. 법리를 다투는 과정에서 어떤 것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판례도 앞으로 나올 것이다. 많은 사례가 수면 위로 오를 것이고 자연스레 사회적 자정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번 법통과는 직장 내 괴롭힘을 없애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본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도 있습니다>

 

[필자 약력]

강원도 삼척 출신

건국대학교(행정학과).박사

노동부 총무과(인사 담당)

노동부 감사담당관실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공직 감찰)

노동부 고용정책실 자격지원과

노동부 기획조정실 고객만족팀

노동부 산업안전국 안전정책과

강릉지방노동지청 근로감독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 직업능력개발과장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악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장(2015. 8. 5)

열린노무법인 부대표

 

저서 : 외국인력 정책에 관한연구(행정학 박사) 노동법 강의 외국인력 정책론 노동법은 내친구 산업안전 보건법 해설 외국인 고용 허가제

 

논문 : 외국인근로자 유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행정학석사) 저 숙련 외국 인력의 정책평가에 관한 연구(행정학박사)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보호정책에 관한 연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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